물 젖은 인삼 뽑으며 문드러지는 농심…“총리님, 도와주세요” - 한겨레

tepungjong.blogspot.com
물 젖은 인삼 뽑으며 문드러지는 농심…“총리님, 도와주세요” - 한겨레

13일 오전 11시30분께 충남 금산군 제원면 대산리에서 만난 주민 정용기(62)씨가 물에 젖어 뿌리가 썩어버린 인삼을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밀어닥친 댐 물에 5∼6년 자식같이 키운 인삼 다 버리게 생겼어요. 우리 속을 누가 알까요?” 13일 오전 11시30분께 충남 금산군 제원면 대산리에서 만난 주민 정용기(62)씨는 물에 젖어 뿌리가 썩어버린 인삼을 뽑아내며 눈물을 닦아 냈다. 지난 8일 대산리에서 20㎞ 떨어진 용담댐에서 방류한 물이 마을 옆 봉왕천을 타고 둑 밖으로 넘쳐 이 마을을 덮쳤다. 밀어닥친 물은 4m 높이로 마을 인삼밭과 깻잎밭, 고추밭까지 완전히 삼켰다. 특히 인삼은 토사에 뒤범벅돼 잎의 형체를 알아보기도 어려웠다. 정씨의 인삼밭 1.6㏊도 이번 수해로 모두 물에 잠겼다. 5∼6년 정성 들여 키운 인삼 뿌리는 물을 먹어 퍼석하게 부스러졌다. 정씨는 “제대로 키운 인삼은 괭이로도 캐기가 힘들다. 그런 인삼들이 물에 젖고 썩어 쑥쑥 뽑혀버린다. 앞으로 어찌 버텨 자식들 공부시키나 막막하다”고 했다.

13일 오전 금산 제원면 대산리의 한 인삼밭 모습. 지난 8일 용담댐 방류량이 늘며 댐 하류의 이 마을 100여 농가가 인삼, 깻잎, 고추 등 밭의 침수 피해를 보았다.

마을 주민들은 각자의 밭에서 인삼 한 뿌리라도 살려보려 애를 쓰고 있었다. 군인과 자원봉사자들도 다녀가지만, 농사를 모르니 도움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인삼밭의 햇빛 가리게 시설도 전부 물에 잠긴 뒤 못 쓰게 돼 철거해야 하지만, 언제나 복구를 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용남 대산2리 이장(67)은 “인삼이고 깻잎이고 올해 농사는 다 끝났다. 시설도 다 철거한 뒤 새로 만들어야 하고 5년짜리 인삼 농사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마을 창고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농기계도 다 못 쓰게 됐다. 우리 마을만 100개 농가가 넘는다. 마을 사람들 생계가 농사에 매달려 있는데 앞으로 어찌 살란 말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날 오후 3시께 이 마을을 찾은 정세균 총리를 만나 이런 사정을 토로하며 “금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그나마라도 정부의 지원을 더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정 총리는 대곡리 주민들에게 “인삼은 최소 6년 이상 자식같이 키우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주민들의 걱정과 고통이 얼마나 클지 안다”며 “용담댐 방류 문제는 자초지종을 자세히 들어봐야 알겠지만, 조사를 통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고칠지 여러 기관과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라고 말했다. 충남도는 지난 8∼9일 용담댐 방류량이 크게 늘면서 인삼 200㏊ 등 471㏊ 농경지와 주택 92채가 침수되고 하천 제방이 유실돼 약 175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이날 대곡리 현장에서 정 총리를 만난 양승조 충남도 지사는 “용담댐 방류와 운영·관리상의 문제점을 철저히 조사해 보상 등 지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충남 금산군 제원면 대산리 한 주민이 13일 오후 이 마을을 찾은 정세균 총리에게 지난 8일 용담댐 방류로 발생한 수해 피해 상황을 설명하며 “금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2020-08-13 06:56:08Z
https://news.google.com/__i/rss/rd/articles/CBMiN2h0dHA6Ly93d3cuaGFuaS5jby5rci9hcnRpL2FyZWEvY2h1bmdjaGVvbmcvOTU3NjY3Lmh0bWzSAQA?oc=5

CBMiN2h0dHA6Ly93d3cuaGFuaS5jby5rci9hcnRpL2FyZWEvY2h1bmdjaGVvbmcvOTU3NjY3Lmh0bWzSAQ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