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 정치BAR : 정치 : 뉴스 -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29
이낙연 대표의 정치 인생과 세 가지 과제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서 60.8% 압승
신의와 대의 존중…문 대통령 위기에 도움
코로나 사태 극복 당·정·청 협력 ‘발등의 불’
이재명 지사와 ‘두 대의 기관차’ 역할 기대
내년 4·7 재보선 결과에 정치적 명운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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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 29일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가격리 중인 이낙연 대표는 사전에 동영상을 미리 촬영했다. 유튜브 캡처
제가 대변인으로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께서 민주당을 버리고 신당(열린우리당)에 동참하셨습니다. 그 무렵 노 대통령께서는 두세 번쯤 사람을 보내 저의 신당 동참을 권유하셨습니다. 장관직 얘기도 있었습니다.
저는 분당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고민했습니다. 2003년 민주당 분당 직후의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나다. 신당 가지 마라 잉!”
어머니는 그 말씀만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시골 노인들이 으레 그렇듯이, 어머니도 전화가 엄청나게 짧습니다. 전화요금이 무서워 당신 하실 말씀만 하시고, 상대편 말은 듣지도 않은 채 전화를 끊어버리시는 겁니다.
나중에 어머니를 뵙고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를 여쭈어봤습니다. 어머니의 대답은 역시 짧았습니다.
“사람이 그러면 못 쓴다.”
(중략)
어머니께서 2006년 5·31 지방선거 직후에 제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지방선거는 제게 좋지 않은 결과를 안겨주었습니다. 저는 이런저런 번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것을 알아채셨을까요? 어머니는 민주당 분당 직후의 전화 이래 처음으로 제게 다시 전화를 거셨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은 단 한 마디였습니다.
“길게 봐라.”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큰길도 모르겠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 서서 생각해 보라.”(초보운전자를 위한 격언, 2002년 10월 24일)
우리 민주당에서 날마다 탈당자가 나오던 때였습니다. 당에서는, 특히 노무현 후보 진영에서는 탈당자들을 강하게 비판해야 한다는 기류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하기도 지쳐 있었고, 생각도 조금 달랐습니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우리 당이 얼마나 우습게 보일까, 집권당이 얼마나 못났으면 국회의원들이 떠나느냐고 보시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대통령 후보가 단일화되면 다시 합쳐야 할 정치인들에게 심한 말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심한 말을 해놓으면 단일화에도 어려움을 주고, 단일화 이후에도 고약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보운전자를 위한 격언을 빗대어 탈당 움직임을 멈추게 하려 했습니다. 이 촌평의 첫머리(지름길을 모르거든 큰 길로 가라)는 실제로 어느 책에서 보았던 글귀였습니다. 그 뒤는 제가 붙여본 말입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이던 배우 명계남씨는 저의 이 촌평을 매우 좋아하셔서 여러 연설에서 인용하셨습니다.
그 무렵 서울 여의도의 어느 맥줏집에 우연히 들렀다가 저는 감격했습니다. 한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던 젊은이 대여섯 분이 제가 들어서는 것을 보셨는지 저를 향해 외치셨습니다.
“대변인님, 우리는 직진입니다.”
첫째,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하겠습니다.
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우리는 일상의 평화를 되찾기 어렵습니다. 민주당이 이 전쟁에 효율적 체계적으로 강력히 대처하기 위해 현재의 국난극복위원회를 확대 재편하고, 그 위원장을 제가 맡겠습니다. 국난극복위원회는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국민의 전폭적인 동참을 얻어 이 국난을 더 빨리, 더 잘 극복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저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치는 불법행위, 불공정행위, 집단이기주의, 가짜뉴스 등에 단호히 대응하겠습니다.
위대한 우리 국민은 방역의 주체라는 각오로 이 전쟁에 동참하고 계십니다. 국민의 그런 저력으로 이제까지 우리는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번에도 우리는 이 국난을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
둘째, 국민의 삶을 지키겠습니다.
코로나 19의 피해는 광범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자를 포함한 취약계층,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은 타격을 더 크게 받고 계십니다. 많은 직장인과 청년들이 삶을 걱정하십니다. 상인들의 한숨이 깊습니다. 아이를 맡길 곳 없는 맞벌이 부부는 막막하십니다. 고통에 직면한 민생을 돕기 위한 당정협의를 조속히 본격화하겠습니다. 기존의 방식을 넘는 추석 민생대책을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재난지원금 문제도 함께 논의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고용 취약계층과 소득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전 국민 고용보험과 실업부조를 비롯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겠습니다. 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덜어 드리도록 국난극복위원회와 당정협의, 그리고 국회를 통해 전방위로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소중히 살피며 기민하게 대처하겠습니다.
셋째,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
코로나는 세상을 새로운 기준, 새로운 질서로 바꾸는 대전환의 시대로 인류를 몰아넣었습니다. 대전환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선택은 대전환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이냐는 문제뿐입니다. 우리의 코로나 방역은 세계의 모범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가전제품과 반도체, 대중음악과 영화, 게임과 웹툰에 이어 우리는 감염병 대처에서도 세계 일류로 올라섰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른 분야에서도 세계 일류로 도약해야 하고, 도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 유망 분야를 개척하고 확대하도록 미리부터 준비하겠습니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은 미래 준비의 토대에 속합니다. 민주당의 K-뉴딜위원회를 원내대표가 맡아 국회와 연동하며 한국판 뉴딜의 속도와 효과를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한국판 뉴딜의 필수적 개념으로 균형발전 뉴딜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한국판 뉴딜의 사업 선정과 예산 배정에서 국가균형발전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것을 거듭 요청합니다. 우리는 전쟁과 가난을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짧은 기간에 실현한 세계 유일의 국가입니다. 이번에도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넷째, 통합의 정치에 나서겠습니다.
국난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려면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 일에 여야와 진영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통합의 정치는 필요하고도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마침 제1야당이 정강·정책을 바꾸고 극단과 결별하려 하고 있습니다. 환영할 일입니다. 민주당도 통합의 노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원칙은 지키면서도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원칙 있는 협치’에 나서겠습니다.
그렇게 여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대화를 통해 합의할 수 있는 사안도 늘어날 것입니다. 합의 가능한 문제들을 찾아 입법화를 서두르겠습니다. 우선 여야의 의견이 접근하고 있는 비상경제, 균형발전, 에너지, 저출산 등 4개 특위를 조속히 가동할 것을 요청합니다.
다섯째, 혁신을 가속화하겠습니다.
대전환이 선택의 대상이 아닌 것처럼, 혁신도 선택의 대상이 아닙니다. 경제와 정치를 포함한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전략의 하나로 ‘혁신성장’을 제창했습니다. 혁신성장은 지속되고 강화돼야 합니다. 혁신성장을 촉진하도록 한편으로 지원하면서, 또 한편으로 규제를 혁파 또는 완화하겠습니다.
민주당은 국민 각계각층의 고통을 더 가깝게 공감하고, 더 정확히 대처하도록 쇄신하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청년과 여성이 당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도록 제도화하겠습니다. 정책위원회를 확대하고 활성화하겠습니다. 또한 민주당을 유능하고 기민하면서도, 국민 앞에 겸손한 정당으로 개선해 가겠습니다. 할 일은 하는 유능, 문제에 한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민, 어느 경우에도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며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을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8월 28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씀티비(TV) 영상 갈무리
당은 민주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길 바랍니다. 당을 민주적이고 계파 이해관계와 관계없이 운영하고 개인의 의사가 아닌 시스템에 따라 일을 처리하며 사익보다 당과 국가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면 당은 자연적으로 안정됩니다. 민주적 운영과 안정적 운영은 같은 말입니다.
항상 선거에 임하는 마음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정당의 목표는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입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선거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계속 소통하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해야 합니다.
누가 보지 않더라도 공인의 자세를 늘 잘 지켜야 합니다. 공인이란 어항 속의 물고기와 같습니다. 누군가는 항상 보고 있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우리가 선거에 임해서 하는 것과 같이 평소에도 국민의 뜻을 살피고 열심히 준비한다면 선거 승리는 저절로 오게 될 것입니다. 선당후사, 선공후사의 뜻을 항상 깊이 새겨주시기 바랍니다.
민주국가의 국민으로서, 민주정당의 당원으로서 개인의 의견을 가지고 당당히 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동시에 국민으로서, 당원으로서 국가와 당 전체에 옳고 유익한 일을 해야 하는 것 역시 당연히 지켜야 할 일입니다. 공당의 일원으로서 먼저 나라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다음에는 당과 진영을 위해서 어떤 것이 나은지 보고, 마지막으로 나 개인을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당 운영이란 머나먼 대양을 향해 큰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잔잔한 바다와 순풍을 안고 나갈 때도 있지만 때로는 거센 폭풍우와 큰 파도에 마주하기도 합니다. 큰 파도를 타고 넘어야 할 때도 있고 폭풍우와 너울을 뚫고 나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방향과 목표입니다. 지도부의 방향과 목표가 분명하고 뚫고 나갈 의지가 충만할 때 민주당이란 큰 배는 자잘한 파도와 고난에 굴복하지 않고 마침내 목표한 항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 민주, 민생, 정의, 평화의 대한민국을 향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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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9 09:08:5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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