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잘 있었소" 백신 접종으로 1년 만에 만난 노부부들 - 경향신문
“괜찮아, 괜찮아.”
1년여 만에 만난 아내 구모씨(77)의 두 손을 움켜쥐며 김창일씨(83)가 말했다. 지난 주말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아내 목소리가 희미해 밤잠을 설쳤던 터다. 김씨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요양병원·시설 대면면회가 허용된 1일 아내를 만나러 경기 광주 선한빛 요양병원을 찾은 이유다. 김씨는 지난달 12일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받았다.
김씨는 이날 오전 일찌감치 병원에 도착해 체온 측정과 방문자 명부 작성을 한 뒤 병원 3층 면회실에서 아내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복을 입은 구씨가 담요를 덮은 채 휠체어에 몸을 싣고 나타났다.
휠체어에 앉은 아내는 남편을, 남편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아내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지난해 2월 이후 만나지 못했던 두 사람은 한동안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남편을 보자마자 눈물을 쏟은 구씨는 남편 팔에 얼굴을 묻고 한동안 들지 않았다. 김씨는 “몸은 좀 어때”라며 아내의 팔과 다리를 주물렀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던 구씨는 나지막히 “주물러주니 좀 낫네”라고 답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고등학생인 손주 등 가족들 근황을 전했다. 멈추지 않는 아내 눈물을 직접 닦아주기도 했다. 김씨는 “오랜만에 보는데 모처럼 만나서 너무 좋고 반갑다”며 “우리 부부는 50년 결혼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아내와 통화했을 때를 떠올리며 “전화로 5분 통화하는 데 아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걱정돼 밤에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아들 김한구씨(54)는 “대면 면회가 되지 않아 어머니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목소리도 좋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좋아질 듯 하다”고 말했다.
김기주 선한빛요양병원장은 “오랫동안 대면면회가 안돼 환자분들이 많이 우울해 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늘었다”며 “대면면회가 가능해져 환자분들 정신건강이 많이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 이후 병원에 있는 남편을 못 만났던 이모씨(88)도 이날 남편을 찾았다. 이씨는 지난달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2년째 경기 안산 경희재활요양병원에 있는 남편 김모씨(87)도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았다. “잘 있었냐”는 남편의 질문에 이씨는 “잘 있지. 그리고 영감 보고 싶어서 죽겠어. 궁금하고”라고 답했다. 남편이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니 좋다. 보고 싶어도 못 보니 힘들고”라고 흐느끼자 아내는 “님 보고 싶으면 사진을 보고요, 목소리 듣고 싶으면 전화를 쥐소”라고 노래 부르듯 흥얼거리며 답했다.
김씨는 “주사를 맞아야 가족을 볼 수 있고 그 전과 같이 살 수 있는 걸로 생각했다”며 “아들도 보고싶고 손주도 보고싶다”고 말했다.
정부가 백신 접종자를 위한 일상회복 1단계 지원방안을 실시함에 따라 이날부터 1·2차 접종 완료자는 8명까지 가능했던 직계가족 모임 인원 기준에서 제외됐다. 요양병원·시설에서는 입소자가 가족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유준영 경희재활요양병원 행정본부장은 “지난해 3월 이후 중단됐던 대면면회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접촉면회가 본격화되면 (어르신들의) 접종 의사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2021-06-01 02:35: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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