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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ne 5, 2021

속초 개발광풍에 '위기의 영랑호'…데크에 부교까지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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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개발광풍에 '위기의 영랑호'…데크에 부교까지 - 한겨레

부동산 광풍…마구잡이 개발 이어지는 속초
천연기념물 사는 영랑호엔 40억원 들여 데크에 다리까지
‘자연호수 인공화’ 생태계 파괴우려
설악산 능선과 달마봉·울산바위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속초 영랑호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설악산 능선과 달마봉·울산바위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속초 영랑호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관광객은 속초의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보러 오는 겁니다. 자연호수인 영랑호 이곳저곳에 부교와 데크 등을 설치해 인공호수로 만든다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강원도 속초시 영랑호 옆에 사는 유명혜(60)씨는 경기도에서 속초로 이사한 지 1년여 만에 ‘속초 탈출’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설악산과 한적한 해안도시의 자연경관과 인심에 한눈에 반해 터전을 옮겼는데, 최근 속초가 너무 빨리 수도권처럼 변해가는 것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영랑호에 탐방로가 설치된다는 소식이 대표적이었다. 유씨는 “지금도 일회용 커피잔과 담배꽁초 등을 버리고 시끄럽게 하는 사람이 많은데, 호수를 가로지르는 탐방로까지 설치하면 더는 영랑호의 새소리를 들을 수 없고,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개발 광풍에 몸살 앓는 속초
 

‘강남보다 속초가 대세’, ‘서울시 속초구’.

개발 붐에 취해 무분별한 막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말들이다. 2017년 6월 개통한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도화선이 됐다. 외지 방문객이 늘면서 각종 고층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등 부동산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여기에 2027년 완공 목표라는 서울~속초 동서고속화철도까지 건설되면 서울 용산역~속초는 1시간15분이면 오갈 수 있게 된다. 고속도로와 철도 개통 소식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2016년 이후 속초에서 공사 중이거나 인허가를 밟고 있는 고층건축물·단지는 30여곳에 이른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속초시 동명동 ‘속초디오션자이’ 전용 131㎡(40평) 분양권(43층)이 지난달 7일 16억9008만원에 거래됐다. 강원도에서 15억원이 넘는 아파트 거래는 이번이 처음이다.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막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설악산을 배경으로 29층 아파트가 건설되는 현장의 모습. &lt;한겨레&gt; 자료사진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막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설악산을 배경으로 29층 아파트가 건설되는 현장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행 고속도로·고속철 건설에 투자 몰려
고층빌딩 우후죽순에 관광객도 포화 상태 주민 반발도 커지고 있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동명동 일대는 고층아파트 등이 연이어 들어서자 주민들이 ‘공사 반대’를 외치며 길거리로 나섰다. 소음과 분진, 외벽 균열 같은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이고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 등의 피해도 호소하고 있다. 쏟아지는 관광객 탓에 주민들의 불편도 이어지고 있다. 2000년 910만명 수준이던 관광객은 현재는 두배 정도 늘었다.(2019년 1778만명) 속초 인구(8만2302명·4월 말 현재)의 200~300배 수준인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도로와 주차장 등이 포화 상태고 갈수기 때는 물 부족도 심각해지고 있다. 김안나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처음엔 관광객과 공사 현장이 늘면서 좋아하는 주민도 있었다. 하지만 마구잡이로 개발되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은 너도나도 속초의 막개발을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영랑호 탐방로 설치 사업 조감도. 속초시 제공
영랑호 탐방로 설치 사업 조감도. 속초시 제공
영랑호까지 개발 붐이…
영랑호에 탐방로가 설치된다는 소식도 주민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속초시는 40억원을 들여 영랑호를 가로지르는 400m 길이 부교(물에 뜨는 다리)와 800m의 데크길, 야간경관조명, 야외체험학습장 등을 8월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영랑호는 속초뿐 아니라 동해안을 대표하는 석호로, 수달과 가시고기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등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다. 해안의 만 입구에 파도 등으로 모래가 쌓이면서 바다와 분리돼 형성된 호수인 석호는 바다와 민물이 섞여 있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서·남해안에 갯벌이 있다면 동해안에는 석호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시, 호수 한복판 부교·데크 설치 등 추진
“바다·민물 섞이는 석호 생태계 파괴될라” 영랑호 개발 계획에 시민들은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을 꾸리고 나섰다. 주민들은 부교를 따라 호수 한가운데까지 관광객이 드나들면 쓰레기 투기 등으로 호수 생태계가 파괴되고 수질악화 문제가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주지방환경청도 지난해 11월 “부교와 야간조명 등 인공구조물은 조류 등 야생생물의 서식 공간 축소와 서식 환경의 질적 저하 등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영랑호는 1980년대 유원지 개발과 양어장·낚시터 운영, 인근 주거지·숙박시설의 오·폐수 유입 등으로 수질이 5급수까지 악화했다가 1993년부터 52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영랑호 수질 정화와 생태계 복원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경상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영랑호 탐방로 사업은 30년 동안 쏟은 영랑호 보전과 복원 노력을 한순간에 수포로 돌리게 된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공구조물을 석호의 핵심 지역인 호수 수면에 조성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석호 보전 정책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랑호 탐방로 설치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길거리에 붙인 문구.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 제공
영랑호 탐방로 설치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길거리에 붙인 문구.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 제공
“영랑호는 석호 개발 광풍의 시작”
영랑호는 동해안 석호 가운데 주변 관광 개발이 가장 잘 이뤄진 석호로 꼽힌다. 7.4㎞ 전 구간에 둘레길이 설치돼 있어 현재도 많은 주민과 관광객이 이용하고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둘레길이 호수 수면에 너무 가까이 있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호수 안쪽 수면과 물가에 인공구조물을 대규모로 설치하는 계획이 발표되자, 고성의 송지호와 화진포, 강릉 경포호 등 다른 석호에서도 비슷한 개발 붐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시민들의 주장이다. 동해안 석호는 18개인데, 이미 7개가 관광지 개발 등을 거치며 본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주민 김희정(53)씨는 “자연호수인 석호의 수면과 물가를 전면 개발하는 사례는 전국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속초시가 나서서 영랑호를 개발하면 다른 지자체들도 관광 활성화를 명목으로 제각각 석호를 개발하겠다고 나설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영랑호 탐방로 설치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영랑호 막개발을 멈춰달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 제공
영랑호 탐방로 설치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영랑호 막개발을 멈춰달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 제공
절차상 하자 논란에 주민소송까지
영랑호 탐방로 사업은 절차상 하자로도 문제가 됐다. 속초시가 시의회의 공유재산관리계획 의결 없이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강원도 감사위원회가 시 자산인 부교와 데크, 야외체험학습장 등을 취득할 때는 미리 시의회에 공유재산관리계획을 보고하고 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뒤에야 속초시는 지난 4월 영랑호 탐방로 사업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뒤늦게 시의회에 제출했다. 시의회는 논란 끝에 지난 5월6일 계획안을 의결했다.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은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은 사업의 예산 의결 이전에 의회 의결을 받게 돼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고 뒤늦게 제출해 위법하다. 이를 사후에 의결한 시의회도 위법에 동조했다”고 비판했다.
강원도 속초시가 동해안 대표 석호인 영랑호에 길이 400m의 부교 등 탐방로를 설치하려 하자 주민들이 1인 시위를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 제공
강원도 속초시가 동해안 대표 석호인 영랑호에 길이 400m의 부교 등 탐방로를 설치하려 하자 주민들이 1인 시위를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 제공
시의회 의결없어 진행했다 ‘절차 논란’도
시 “북부권 활성화 위해 필요” 강행 방침 하지만 속초시는 낙후한 속초 북부권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강행할 태세다. 관광객들이 시내 중앙시장과 아바이마을 등에 집중돼, 북부권에도 새로운 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다. 시의회 의결로 절차상 하자 문제도 해결됐다는 주장이다. 송태영 속초시 관광개발담당은 “부교도 애초 2개에서 1개로 줄이고, 빛 공해 우려가 있는 범바위 쪽 야간경관조명도 설치하지 않기로 하는 등 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은 현재 영랑호 탐방로 사업의 중지와 무효확인을 요구하는 주민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정투쟁을 벌일 참이다. 이 단체 김성미 사무국장은 “영랑호는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할 것이 아니라 잘 보전해야 할 생태계의 보고다. 수질을 개선하고 주변 생태계를 잘 보전하고 살리면 물고기도 더 늘어나고, 이를 먹이로 하는 새들도 더 많아져 생태관광이라는 볼거리도 더 풍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한겨레 강원 기사 더보기


2021-06-06 02:56:5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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