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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24, 2020

[단독]30번 상담에도…학대 받는 아이의 울음은 누구도 못 들었다[짧은 숨의 기록](중)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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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30번 상담에도…학대 받는 아이의 울음은 누구도 못 들었다[짧은 숨의 기록](중) - 경향신문

포착하기 어려운 ‘영아 학대’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서울 관악구청 A주무관은 지난 7월 말 퇴근길에 얼마 전까지 관악구 대학동주민센터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의 전화를 받았다. 주민센터 근무 당시 A주무관이 담당했던 20대 남녀가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이었다. 동료는 그 남녀의 생후 2개월 젖먹이가 집 장롱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마음이 무거웠어요. 저도 결혼한 지 3년쯤 됐거든요. 아마 제가 아이를 낳았다면 그 나이 또래가 아닐까….”

A주무관은 상담 당시 두 사람 모습을 기억했다. 아이의 친모 정모씨(26)와 동거인 김모씨(25)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둘은 지난 6월 자녀 출생등록을 위해 대학동주민센터를 처음 방문했다. 출생등록차 찾아온 것이면서도 엄마인 정씨의 말수는 극히 적었다. 정씨에겐 1~3급 사이 심각한 지적장애가 있었다. 동거인 신분으로 동석한 김씨가 대화를 주도했다. 주로 호소한 내용은 경제적 지원이었다. 자녀 관련 대화는 꺼렸다. 관악구청은 이들이 3~6월 서른번씩 사례 관리·상담을 받은 흔치 않은 경우였다고 밝혔다.

장롱 속 방치돼 사망한 2개월 아기
생전에 양육 환경 우려한 공무원
사례관리·상담 집중 진행했지만
직접 아이의 상황 살피지는 못해

양육 환경이 우려됐지만 아이가 죽기 전 주민센터·구청은 아이를 직접 만나 상황을 살펴볼 수 없었다. 정·김씨가 지난 6월 관악구 신사동에서 대학동에 전입신고를 하며 영아의 5월 출생을 뒤늦게 등록하기 전만 해도 구청·신사동주민센터 관계자는 7차례가량 가정을 방문했다. 대학동에선 방문이 거절됐다. 담당자인 A주무관조차 못 갔다. 동료 주무관이 양육에 어려움이 없는지 묻자, 김씨는 알아서 하겠다고 날을 세워 답했다. 이후 상담 과정에서는 ‘아이를 시설에 보낼 계획’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들은 ‘육아를 도와주겠다’는 주민센터 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A주무관은 이후 정·김씨의 구속 소식을 접했다. 관악경찰서는 이들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생후 2개월 영아가 보호자의 손길 없이는 오래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피의자들이 예측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18일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 조사에서 두 사람은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아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영아학대 발견 어려운 이유

가정방문, 학대 포착의 핵심이지만
신고 기록 없는 경우엔 쉽지 않아
고위험군 부모에 대한 사전 개입
자칫 ‘낙인찍기’ 가능성도 있어

아동을 직접 보고 양육 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정방문은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하는 데 핵심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아동학대 10건 중 8건(80.3%)이 가정에서 발생했다. 부모가 가해자인 경우가 76.9%였다. 가정 외에서 학대 징후를 포착해야 신고와 사후조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2018년 접수된 아동학대신고 3만3532건 가운데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의 신고 건수가 7756건(23.1%)으로 가장 많았고, 초·중·고교 직원이 6406건(19.1%)으로 뒤를 이었다. 부모가 아동학대를 신고한 경우는 6089건(18.2%)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수년 전부터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고위험군 아동들을 추려 가정방문 조사에 나섰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사회보장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아동을 발견하고 지원하는 전산망이다. 초등학교 입학생의 경우 예비소집일에 불참한 학생에 대해 경찰 수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하지만 영아학대와 관련해 가정방문은 쉽지 않다. 말 못하고 외부 출입이 적은 영아의 특성상 학대 정황을 미리 발견할 수 있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의 경우 장기 결석 여부, 영·유아 건강검진·예방접종 실시 여부, 병원기록 등 정보를 종합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추정한 뒤 각 읍·면·동으로 자동 통지한다. 그러면 읍·면·동 공무원은 아동의 가정을 방문해 양육 환경을 살핀다. 외부 활동 이력이 어느 정도 남아야 학대 파악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학대 아동을 가정 구성원과 떨어뜨리거나 시설·치료기관에 위탁하는 피해아동 보호명령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 등이 이뤄져 학대 기록이 남았을 때 가능하다. 정·김씨 사례에서도 학대 정황은 사전에 파악되지 않았다.

지자체가 아동 출생 시 혹은 수급 등 복지와 관련해 가정을 방문하는 일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 ‘서비스’ 차원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아동보호본부장은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경우 아동복지법에 ‘문을 열어야 한다’는 일정 수준의 강제 규정이 있다”며 “하지만 사례 관리나 서비스를 받는 가정의 경우는 다르다. 서비스는 강제이행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사전 개입’ 필요…방식은 고민

아동 양육 지원을 1차 목표로 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거부감 줄여야
영유아 검진 등 거부하는 부모에겐
강제 가정방문 방식도 고려해봐야

고위험군 영아에 대한 가정방문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린이집에 나오는 아이들만 해도, 꼼꼼히 보면 학대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반면 영아는 지켜볼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학대당해 울어도, 이웃들은 ‘아기니까 운다’고 생각한다”며 “신생아 포함 영아의 경우 특히 가정방문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개입’에 대해 인권침해 우려도 있다. 장 본부장은 “가정방문이 자칫 경제적으로 어렵고 정신장애 등을 가진 부모와 그 가정에 대해 집중된다면 일종의 ‘낙인’이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예방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고 본다. 안전이 우선이냐, 인권이 우선이냐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도 “언론에 보도되는 건 극단적이고 눈에 띄기 쉬운 사례일 뿐, 방임 등 학대로 인한 영아의 사망은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며 “영아가 있는 가정 전반에 대해 아동학대 관련 상황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영·유아 가정방문 프로그램에 0∼5세 아동이 있는 가정을 보편적으로 포함한다. 이 프로그램의 1차 목표는 신생아의 부모 등 보호자의 건강을 살피고 부모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동학대 정황 조사도 함께 이뤄진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외국의 가정방문 프로그램은 1차적으로 아동 양육 지원을 목표로 한다. 학대 징후 포착과 학대 예방은 교육 과정에서 함께 이뤄져 방문에 대한 부모의 거부감을 줄인다”며 가정방문의 거부감을 고려해 ‘부드러운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신생아 특성상 어느 정도 강제성 있는 방문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영·유아 건강검진 등 아동 건강 관련 필수 절차에 부모가 아이를 데려오지 않는 경우 지자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강제로 가정방문을 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출생신고, 아동수당 신청 등 부모와 복지당국이 만나는 지점에서 부모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2020-08-24 21:01:0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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