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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교수 다시 돌아왔다…피해자 울리는 '정직 3개월' - 한겨레
학생들에 이중 고통 ‘사립학교법’
교원 징계 ‘파면-해임-정직’ 순
‘해임=사회적 사형선고’ 인식에
온정주의 작용하며 차선책 적용
정직 기간도 3개월 이하로 제한
서울대, 정직 12개월로 연장했지만
교육부 “사립학교법과 충돌” 반대
권력형 성폭력 중단 요구 행진 (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서울대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학생들이 교수 권력형 성폭력ㆍ갑질을 중단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수에게 성희롱이나 성추행 피해를 당한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성범죄 피해를 신고한 뒤에도 가해 교수와 다시 마주해야 하는 끔찍한 상황에 맞닥뜨린다. 학교가 성범죄 가해 교수에게 파면이나 해임 대신 ‘정직 3개월’ 이하의 징계를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은 교원 징계를 ‘파면, 해임, 정직’ 차례로 규정하는데, 정직은 3개월 이하로 돼 있다. 국공립대도 마찬가지다. 교수에게 ‘해임’은 사회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인식 때문에 학교는 정직 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3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일어난 방송영상과 ㄱ교수의 성추행 의혹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대자보엔 ㄱ교수가 학생들이 참여한 뒤풀이 장소에서 피해 학생 ㄴ씨의 허벅지를 만졌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후 ㄱ교수에게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는 문제 제기가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ㄱ교수에 대한 피해자는 22명, 피해 사례가 44건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 징계위는 지난해 7월 ㄱ교수에 대해 중징계 수위 중 가장 낮은 정직 3개월을 결정했다. 학생들은 반발했지만 재심 청구 권한을 가진 총장은 꿈쩍도 안 했다. 다만, 학교는 ㄱ교수를 정직 해제 이후 2년 동안 수업에서 배제했다. ㄴ씨는 “학교가 정직 3개월을 중징계라고 내렸지만 3개월 뒤 학교에서 교수를 다시 마주해야 하는 학생들에겐 가벼운 징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는 제도적 요인 중 하나는 징계 사이의 간극 때문이다. ‘해임은 과하다’는 온정주의가 작동하면서 정직 3개월이라는 차선책을 고른다. 지난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19년 6월까지 4년제 대학 65곳에서 발생한 교원 성 비위 123건 중 65건(52.9%)은 해임이나 파면 결정이 내려졌고 정직(1~3개월)을 받은 건수는 32건(26%)이었다. 나머지 21.1%는 감봉이나 견책 등 경징계를 받았다. 성범죄를 저지른 뒤에도 절반 가까운 교원들이 3개월 만에 피해 학생들을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서울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원 정직 기간을 3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하는 규정을 지난해 7월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올해 2월 사립학교법을 근거로 징계 규정을 원안대로 되돌리라는 의견을 냈다. 사립학교법과 충돌된다는 게 이유였다. 서울대 이사회와 교육부가 맞서는 상황에서 국회가 나섰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4명은 지난달 9일 교원 정직 기간을 3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학교에서 파면이나 징계 결정을 내려도 교육부의 교원소청심사를 통해 징계가 감면되거나 취소되기도 한다. 인천대 ㄷ교수는 2014년도부터 수업 중 “젊고 예쁜 여자를 보면 기분이 좋다”는 등 숱한 성희롱 발언 등을 일삼아 지난해 12월 해임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ㄷ교수는 교육부에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올해 4월 정직 3개월로 감경받았다. ㄷ교수는 지난달 학교로 다시 복귀했다. 2018년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18년 8월까지 교원 성 비위 관련 소청 제기는 총 239건이었는데, 191건(79.8%)은 파면이나 해임 징계를 받은 경우였다. 전체 소청 중 47건(19.7%)은 징계가 감경되거나 취소됐다.
교원의 성범죄 사건을 엄중하게 처리해야 하는 이유는 피해 학생들이 가해자에게 또다시 수업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2018년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생들은 같은 학과 ㄹ교수의 인권침해 및 성폭력 실태를 폭로했다. 하지만 두번의 징계위에서 모두 정직 3개월 처분이 나왔다. 이에 반발한 대학원생 10명은 집단 자퇴서를 제출했다. 당시 자퇴서를 냈던 유현미(35)씨는 “대학이라는 공간은 사법적 판단보다 더 엄격하게 사건을 처리할 필요가 있는데 엄격한 윤리적 판단보다 면피성으로 사법 절차를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징계위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서 한예종은 지난 1월 징계위원을 구성할 때 총학생회가 추천한 징계위원 2명을 포함하고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 징계위에서 진술할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규정을 개정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징계위는 동료인 교수가 동료를 징계하는 형식이었는데 외부 전문위원 비율을 높이고 피해자 관점이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2020-08-03 19:59:2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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