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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물폭탄이 무서운 아이들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수마는 낮은 데서 사는 이들을 덮친다
반지하방 사는 10살 채영이
집 곳곳엔 빗물 받는 바가지
아토피 심해져 고통의 나날
주거빈곤아동 전국 97만명
“재난상황 주거권 보장 절실”
반지하로 향하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경에 부연 김이 서렸다. 집 곳곳에 펼쳐놓은 바가지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습기로 누렇게 얼룩진 벽엔 푸르스름한 곰팡이가 군데군데 피어 있었다. 11일 오전 <한겨레>가 서울 은평구의 채영이(10·이하 모두 가명)네를 찾았을 때 아이는 축축한 반지하 방바닥에 앉아 태연하게 큐브 장난감을 맞추고 있었다. 방 벽에 파고든 곰팡이처럼 채영이의 왼팔에도 붉은 발진이 또렷했다. 잠잠해졌던 아토피 피부염이 요즘 들어 다시 아이를 괴롭히고 있다.
재난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수마는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취약한 이들을 가려내 습격하고 있다. ‘낮은 곳’에 사는 이들, 작고 낮은 집 말고는 갈 곳이 없는 이들에게 침수 피해가 더욱 맹렬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우리집’은 남루해도 유일한 안식처다. 채영이처럼 반지하 방이나 ‘비주택’에 사는 어린이들은 이례적으로 긴 장마에 신음하는 올여름, 그 안식처마저 빼앗기고 있다.
이틀 새 서울에 200㎜에 이르는 비가 쏟아진 이날 12평(39.6㎡) 크기의 채영이네 반지하 집은 습기와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부엌 전등 위까지 물기가 서려 있어 감전 위험도 있어 보였다. 형광등을 모두 켜도 집은 궂은 날씨만큼 어둑했다. 제습기 한대와 선풍기 한대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별 효과는 없어 보였다. 이런 집에서 채영이와 채영이의 오빠(15)는 공부는커녕 마음 편히 놀기도 어렵다. 채영이의 엄마 아빠가 쓰는 안방엔 곧 피난이라도 갈 것처럼 포장된 짐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채영이의 엄마(49)는 “창틀 사이로 비가 들이쳐 창문 앞에 놓았던 짐을 모두 옮겨놨다”고 말했다. 하던 사업이 망해 파산 신청을 한 채영이의 부모는 월세 35만원을 내는 이 집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채영이네만이 아니다. 2015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국적으로 아동 주거빈곤 규모는 97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명 중 1명은 더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다. 비좁은 단칸방에서 가족들과 지내거나 방 안의 가득한 곰팡이 때문에 각종 질환을 달고 산다. 이번 장마 기간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접수된 43건의 사례를 보면, 지난달 23일 시간당 최고 60㎜의 ‘물폭탄’이 쏟아지자 전남에 사는 하정이(15)의 방 천장은 힘없이 주저앉았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집이 무너질까 가족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한다. 대전 서구에 사는 윤지(7)와 윤영이(10)는 열흘 넘게 부모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전에 쏟아진 폭우로 아파트 두동 1층 전체가 물에 잠겨서다. 아이들은 외가에서, 부모는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 조손가정인 여정이(2)네는 경기도의 축사에서 살고 있다. 저지대인 탓에 여정이의 할머니는 늘 침수 피해를 걱정한다. 이번엔 경보 발령 뒤 대피했지만 언제 더 큰 화를 입을지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주거권’이 위태로울 경우 △안전권 △건강권 △발달권 등 다른 권리도 침해받기 때문에 아동 주거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쪽은 “재난 재해 상황에서 주거빈곤 등 취약계층 아이들의 피해가 더욱 크다. 매년 고통의 반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아동들의 주거권 보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채윤태 전광준 최예린 기자
chai@hani.co.kr
☞ 채영이 가족처럼 침수피해를 입은 어린이 가정에 도움을 주시려는 분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문의하세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1588-1940)
2020-08-11 22:12:5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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