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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끈 전공의들…업무개시명령 송달 여부에 유∙무죄 달려 - 한겨레
집단휴진 형사처벌 될까2000년 의약분업 반발 파업 때
업무개시명령 불응 의협간부 유죄
송달 못받은 의사들은 처벌 안해
법무부 “명령 직접교수 못해도
행정절차법 따라 적법송달 가능”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도 쟁점
2000년 의협은 불참 감시해 유죄
2014년 파업땐 강요 없어 1심 무죄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왼쪽 셋째)과 고기영 법무부 차관(왼쪽 넷째), 송민헌 경찰청 차장(왼쪽 둘째) 등이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단체의 집단휴진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28일 집단휴진에 참여한 전공의 가운데 일부를 고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섬에 따라 실제로 이들이 형사처벌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되고 금고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2000년 파업 때 업무개시명령 송달 여부가 유무죄 갈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형사처분과 의사면허 취소로 이어진 사례는 ‘의약분업’에 반발해 벌어진 2000년 파업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진료·처방은 의사가, 의약품 조제는 약사가 담당하는 의약분업에 반발해 의사협회 주도로 의사들이 집단휴업에 나서자, 정부는 1994년 의료법 개정 때 도입된 업무개시명령을 처음으로 내렸다. 하지만 의협 집행부가 불응하자 검찰은 김재정 당시 회장 등 의협 간부들을 의료법 위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3심에 걸쳐 일관되게 이들이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했다”며 의료법 위반과 함께 다른 혐의들도 인정해 김재정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고,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과 같은 판단을 하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2005년 9월 김 회장과 한광수 당시 회장 직무대행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이들은 대법원 선고에 따라 의사면허가 취소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함께 기소된 신상진 전 의협 회장(당시 한나라당 의원) 등 3명에게는 ‘업무개시명령의 송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당시 행정절차법은 “통상의 방법으로 주소를 확인할 수 없거나 송달이 불가능할 경우” 행정명령을 게시판 등에 공고하도록 했는데, 신 전 회장 등에 대해서는 주소 확인이나 송달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고를 했다는 이유였다.
‘송달’은 이번 파업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전공의들은 업무개시명령의 송달을 회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두는 이른바 ‘블랙아웃’을 하고 있다. 법무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직접 교부받지 않더라도 행정절차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송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블랙아웃 ‘법리’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관건이다.
공정거래법 위반은 2000년과 2014년 엇갈려
의료법 위반과 더불어 이번 의사 파업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인지도 주요 쟁점이다. 공정거래법 26조 1항 3호는 의사와 같은 ‘사업자’들이 모인 사업자단체가 “구성원들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2000년 의사 파업과 2014년 의사 파업 때 모두 의사협회가 이 조항을 위반했다고 보고 고발한 바 있다. 이번 파업에서도 복지부의 신고를 받은 공정위는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법리검토에 들어갔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놓고서는 2000년 파업과 2014년 파업에서 재판부 판단이 엇갈렸다. 2000년 파업의 경우 법원은 의협이 “의권쟁취투쟁위원회에서 전국적 규모로 규찰대를 조직해 휴업 불참 의사들을 감시하려고 했다”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반면 2014년 의사 파업을 주도한 노환규 전 회장, 방상혁 전 기획이사 등은 지난 3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부장판사는 “의사들에게 휴업 참여를 직간접적으로 강요하거나, 불참에 따른 불이익이나 징계를 고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경쟁제한성 여부에 대해서도 “휴업 참여로 의료서비스의 품질이 이전보다 더 나빠지지 않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의협이 개별 의사들에게 휴업 등 집단행동 참여를 ‘강제’했는지 여부가 핵심인 것이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2020-08-28 12:24:0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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