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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보수 터닦은 김종인 “후퇴 않을 혁신 DNA 심겠다” - 한겨레
[국민의힘 비대위장 100일 간담회]
당 안팎 “중도보수 리모델링 성과”
기본소득 등 진보의제 선점하고
정강정책 변경, 극우세력 선긋기…
정진석 “위기의 당, 방향전환 견인”
앞으로 과제와 한계도 뚜렷
혁신적 행보 ‘김종인 개인’만 부각
“당 전체와 겉도는 별동대 리더십”
선거결과 따라 TK주류 반기 가능성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 참패 직후 제1야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정강·정책 개정, 당명 변경, 극우세력과 선 긋기 등 보수 혁신을 위한 노정을 되돌아보며 그는 “변화와 혁신의 디엔에이(DNA)를 당에 심겠다”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0일은 변화와 혁신의 시동을 걸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약자와 동행하는 정당, 국민통합에 앞장서는 정당, 누구나 함께하는 정당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1일 취임한 김종인 위원장의 지난 100일은 패배주의에 빠졌던 보수야당의 변화를 위한 의제 설정 작업에 집중됐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빵을 먹을 자유”를 내세우며 진보의 어젠다였던 기본소득을 보수정당의 대표 상품으로 흡수했고, 이어 전일제 보육지원을 내세우며 실용주의 정당의 면모를 과시했다. 또 노동자의 권리 등을 담은 정강·정책 개정으로 당의 지향점을 중도 쪽으로 돌리고, 당사 마련과 당명 개정으로 정당 살림의 기틀을 잡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군대로 따지면 이제 전투태세를 정비하게 된 셈이다. 이제야 민생을 위한 정책 경쟁의 실력을 발휘할 채비를 갖췄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호평이 다수다. 한 초선 의원은 “망하기 직전인 기업의 파산관재인 역할을 맡았던 셈인데, 각종 쇄신책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안정적인 궤도에 올린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당내에선 김 위원장에 대한 신임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통합당이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살아나기 위해서는 중도로의 이동이 유일한 살길이었는데, 확실히 스탠스를 잡고 방향 전환을 이끌어냈다”며 “광주에서의 무릎 사과도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인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의 혁신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는 아직 이르다. 무엇보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당내 주류 세력이 당의 무게중심을 다시 오른쪽으로 되돌릴 수 있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의힘의 주류는 여전히 친박에 가까운 티케이(TK) 세력이다. 총선 참패로 소나기를 맞는 상황에서는 이들이 김 위원장의 개혁 작업을 지원하겠지만, 보궐선거 등 결과에 따라 지금 단계의 혁신 노력은 언제든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후퇴하지 않을 변화와 혁신의 디엔에이를 당에 확실히 심겠다”고 말한 것도 100일간의 혁신 행보의 불완전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혁신의 디엔에이’를 심어내는 과정에 ‘김종인 리더십’이 주효할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보수 세력의 깊이 있는 성찰보다 김종인 개인이 부각되는 방식으로 혁신이 이뤄지는 듯한 모습”이라며 “보수의 구태와 결별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 보이긴 하지만, 과연 진정성 있는 변화로 볼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수혈된 조력자의 선명한 메시지라는 ‘개인기’에만 의존해서는, 보수 세력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당내 민주주의에 기반한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는 약점도 함께 지적된다. 이관후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그간 당내 인사를 설득하고 세력을 구축하는 정치 행위 본연 대신, 훈수를 두다 맘에 들지 않으면 떠나는 조력자의 행보를 보여왔다”며 “이제 정당 민주주의의 방식으로 정치적 비전을 실행하는 실행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3선 의원도 “당 조직 전체를 이끄는 리더십이 발휘돼야 하는데, 비대위가 마치 위원장의 별동대 조직처럼 따로 움직이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취임 100일이 지났지만 의원총회 등 당내 협의 구조와의 유기적인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보수 세력에 또렷한 주자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이런 ‘김종인 리더십’이 지속된다면 지금의 인물난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김 위원장이 당 개혁에 전념하는 관리자인지 아니면 대선 예비 주자인지 불명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특유의 모호성을 유지하며 차기 주자를 위한 공간을 열어주지 않을 경우, 선거가 다가올수록 김종인 리더십의 부담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노현웅 이주빈 장나래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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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3 09:43:4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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