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뒤 발열·근육통, 쉴 수 있도록” 백신휴가 도입 여론 확산 - 한겨레

tepungjong.blogspot.com
“접종 뒤 발열·근육통, 쉴 수 있도록” 백신휴가 도입 여론 확산 - 한겨레

온몸에 발열, 근육통 동반 몸살
젊을수록 강한 면역반응 시달려
전국민 접종 땐 응급실 포화 우려
“유급휴가 의무 규정 등 지원 필요
특고 등 근기법 사각지대 없어야”
중수본 “관계 부처와 검토 착수”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주사기에 주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의 한 요양병원 간호사 ㄱ(46)씨는 지난 3일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접종 당일엔 괜찮았는데 이튿날부터 2~3일 동안 온몸에 요통 등 온몸에 근육통이 오는 몸살이 이어졌다. 같은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70% 정도가 ㄱ씨처럼 강한 면역반응에 시달렸는데, 특히 20대와 30대 초반 젊은 간호사들에게는 38도 이상의 고열 증상도 나타났다. “유급휴가를 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되면 대기업 등 형편이 좋은 기업에서만 휴가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용주들이 어차피 안 해줄 것 같아서 많이들 야근 다음날 오프 일정에 맞춰 접종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백신 접종이 시작된 뒤 의료진을 중심으로 발열과 근육통 등 강한 면역반응으로 인해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후기가 이어지면서 백신 접종 뒤 1~2일 동안 유급으로 쉴 수 있는 ‘백신 휴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도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접종인 만큼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백신 휴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항체 형성을 위한 면역반응이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접종 뒤 쉴 수 있게 한다면 일부에서 나오는 백신 기피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힘들어도 쉬지 못한다면 백신을 왜 접종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많아질 것”이라며 “유급휴가 제공이 접종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도 “정상적인 면역반응 때문에 힘들 수 있으니 휴가를 쓰도록 정부가 강조한다면 백신 불신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4일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 후 휴식을) 제도화하거나, 좀 더 사회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유인 기전을 만들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 관계 부처와 함께 검토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_________
휴가로 응급실 찾는 시간도 분산시켜야 일선 병원에선 3분기부터 만 18~64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접종이 시작되면, 면역반응에 놀라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이 몰리는 ‘응급실 포화’가 우려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하면서 최소한 응급실을 찾는 시간을 분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8일부터 접종을 시작한 상급종합병원 간호사 ㄴ(30)씨는 “한 병실에서 일하는 5명 중 3∼4명은 경미한 증상이 있어 타이레놀을 먹었다. 일부는 고열 때문에 수액을 맞거나 응급실에 온 사람도 있었다”며 “숫자가 적은 의료진 접종에도 응급실 내원자가 생기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으면 병원에서 어떻게 다 수용할 건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현행 ‘감염병예방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국가가 감염병으로 ‘입원 또는 격리’ 상황에 처한 노동자에 대해 유급휴가비를 지원할 수 있고, 사업주는 지원받을 경우 해당 노동자에게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에 ‘감염병 백신 접종 시’를 추가하면 유급휴가를 지원할 수 있다. 김정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통상 이런 정책은 기업이 노동자에게 유급휴가를 지원하고 증빙하면 추후 정부가 지원하는 식으로 운영해왔다. 백신 휴가도 그런 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행정지원은 사업주의 선의에 기대서 할 수밖에 없을 것이어서 감염병예방법에 백신 접종 시 유급휴가 의무 규정을 두는 게 맞다”고 말했다. _________
근로기준법 배제 비정규직도 대책 마련해야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된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직, 작은 사업장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지난 12일 성명을 내어 “영세·중소 자영업자,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 아파도 쉴 수 없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특별한 조처가 없다면 백신 접종 이후 나타난 부작용에도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변호사)은 “가령 라이더의 경우 하루 일을 쉬면 손해가 있기에 백신 접종 이후 휴식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런 노동자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의 파생된 형태로 일괄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참에 일상 속에서도 아프면 쉴 수 있는 유급병가와 상병수당 도입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병수당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일을 못 하게 된 경우 정부가 생계를 보장해주는 제도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한국노총과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열어 이달 임시국회에서 상병수당제 도입을 위한 건강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민주노동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6개국 가운데 질병유급휴가·상병수당이 모두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미국뿐이다. 이 위원장은 “백신 휴가 도입은 질병유급휴가·상병수당 도입 과정의 1단계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혜미 박준용 기자 ham@hani.co.kr

2021-03-14 10:29:18Z
https://news.google.com/__i/rss/rd/articles/CBMiNWh0dHA6Ly93d3cuaGFuaS5jby5rci9hcnRpL3NvY2lldHkvaGVhbHRoLzk4NjcyMS5odG1s0gEA?oc=5

CBMiNWh0dHA6Ly93d3cuaGFuaS5jby5rci9hcnRpL3NvY2lldHkvaGVhbHRoLzk4NjcyMS5odG1s0g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