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가족 있어도 생계급여… 18만가구 혜택 받는다 - 동아일보
내년부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고소득자-고가주택 보유땐 제외
의료급여 기준은 폐지 대신 개선 경기도의 A 씨(35·여)는 어린 자녀와 단둘이 살고 있다. 고정적인 직장은 없다. 그 대신 매달 아동양육비 20만 원, 아동수당 10만 원, 주거급여 25만 원을 받는다. 이혼한 남편은 1년에 3, 4차례 100만 원이 채 안 되는 양육비를 보내고 있다. 최근 A 씨는 주민센터에 생계급여를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자녀의 부양의무자인 전 배우자 소득이 기준을 초과한다는 이유에서다. A 씨처럼 본인의 조건이 맞아도 이른바 따로 사는 가족(부양의무자)의 소득이 많으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실제로는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극빈층의 경제난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20년 만에 폐지된다. 10일 보건복지부와 관계 부처, 전문가 등이 참여한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본인의 소득이나 재산이 생계급여 지급 기준을 충족할 경우 부모 자녀 배우자 등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단, 부양의무자가 고소득자(연소득 1억 원 이상)이거나 9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가진 경우 생계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우선 내년에 노인과 한부모 가구를 대상으로 폐지하고 2022년 그 외 가구를 대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약 18만 가구(26만 명)가 신규로 생계급여를 지원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으로 3년간 6000억 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2000년부터 시행됐다. 4대 급여 가운데 교육급여와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2015년, 2018년에 폐지된 반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는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 본인이 수급자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에도 부양의무자와의 관계가 소원하거나 부양의무자의 부양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복지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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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폐지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최근까지도 본인의 재산을 친인척 명의로 옮기고 생계급여를 받는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자식이 부모를 부양할 충분한 능력이 있는데도 부양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부정 수급 사례를 막기 위해 정기적인 확인 조사를 늘리고 현장 점검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 대신 ‘개선’으로 가닥을 잡았다. 2022년부터 기초연금 수급 노인이 포함된 부양의무자 가구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무산되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7년 시민단체와의 면담 당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했다”며 “3차 종합계획에서 폐지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약속은 이번 정부가 끝나고 나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동웅 leper@donga.com·김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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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0 18:00: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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