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s

Sunday, August 9, 2020

청소노동자 숨진 지 1년, 여전히 지하휴게실 웅크린 노동자들 - 한겨레

tepungjong.blogspot.com
청소노동자 숨진 지 1년, 여전히 지하휴게실 웅크린 노동자들 - 한겨레

[현장] 대학 10곳 점검해보니
환경 개선됐지만 미흡한 곳 많아
“낡은 에어컨을 놔줘…고장 잦아”
“지하주차장 옆 휴게실 매연 고통”
서울 최고기온이 34.6도까지 치솟은 지난해 8월9일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숨진 서울대학교 제2공학관 1층 계단 옆 휴게실 앞에 9일 오전 고인을 기억하는 추모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서울 최고기온이 34.6도까지 치솟은 지난해 8월9일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숨진 서울대학교 제2공학관 1층 계단 옆 휴게실 앞에 9일 오전 고인을 기억하는 추모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장마가 한창인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의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선 불쾌한 냄새가 문 앞부터 코를 찔렀다. 지하 1층에 위치한 휴게실 안쪽으로 들어서자 냄새는 더 심해졌다. 계단 아래 휴게실 문 위로 환풍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습기 때문에 벽에 걸어둔 옷엔 곰팡이가 피어 있었지만 에어컨 등 냉방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청소노동자 ㄱ씨가 구해 온 탁상용 선풍기 한 대가 장마철의 후텁지근한 공기를 겨우 식히고 있었다. ㄱ씨는 “냄새가 너무 심해 자비로 공기청정기를 들여놓긴 했지만 가슴이 아플 정도로 공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9일 서울대 제2공학관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67살의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최고기온이 34.6도까지 치솟은 그날, 창문도 에어컨도 없는 3.52㎡(1.06평) 공간에서 그는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홀로 스러졌다. 그가 숨진 뒤에야 청소노동자들의 휴식 권리를 최소한이라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1주기를 맞은 9일 <한겨레>가 서울지역 대학교 10곳의 노동조합과 대학본부에 문의하거나 직접 현장을 찾아 청소노동자 휴게실 운영 실태를 점검해봤다. 여러 학교에서 환경이 나아졌지만 일부 학교는 여전히 냉난방시설이 미흡했다. 오종익 서울일반노조 동국대분회장은 “학교에서 에어컨을 설치해줬지만 낡은 에어컨을 설치해 휴게실에 물이 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선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성신여대분회장도 “지난해 (서울대 사고) 보도 이후 휴게실이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냉방기가 설치돼 있어도 오래된 에어컨이라 고장이 잦다”고 말했다. 특히 지하에 있는 휴게실은 환기에 문제가 많았다. 명지대 서울캠퍼스 휴게실 8곳 중 4곳, 중앙대 휴게실 23곳 중 3곳, 홍익대 휴게실 22곳 중 2곳이 지하공간이다. 박진국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홍익대분회장은 “학교에서 공기청정기를 설치해줬지만 지하주차장 옆 휴게실은 매연으로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화자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중앙대분회장도 “휴게실 옆 지하주차장에서 수시로 매연이 나와 여름에도 문을 열지 못한다”고 말했다.
세종대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 외부 모습. 강재구 기자.
세종대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 외부 모습. 강재구 기자.
세종대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 내부 모습. 에어컨은 설치돼 있지 않고 탁상용 선풍기만 설치돼 있다. 강재구 기자.
세종대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 내부 모습. 에어컨은 설치돼 있지 않고 탁상용 선풍기만 설치돼 있다. 강재구 기자.
세종대 건물의 한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건물 1층에 있지만 출입구 높이가 1m밖에 되지 않아 드나들 때마다 몸을 한껏 움츠려야 한다. 계단 아래 자투리 공간에 터를 잡아 지나는 이들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발자국 소리가 쿵쿵 울린다. 이곳에도 에어컨은 없다. 이 휴게실에서 만난 청소노동자 ㄴ씨는 “계단 오르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작긴 하지만 이 건물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건물에 가서 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세종대 청소노동자 휴게실 34곳 중 23곳에 에어컨이 없다. 세종대 쪽은 “복지 차원에서 휴게실 수도 늘리고 에어컨 등 시설도 개선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가 2018년 발표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에선 지하의 경우 공기·악취 등 환경이 열악하므로 휴게실은 가급적 지상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냉난방시설과 환기시설을 둬 여름에는 20~28도, 겨울에는 18~22도를 유지하고 습도는 50~55%를 유지하도록 했다. 정혜선 가톨릭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환기 문제는 호흡에 영향을 주므로 생명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대한 지상에 휴게실을 설치하고, 유해한 배기가스로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주차장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관련기사


2020-08-09 08:38:29Z
https://news.google.com/__i/rss/rd/articles/CBMiPmh0dHA6Ly93d3cuaGFuaS5jby5rci9hcnRpL3NvY2lldHkvc29jaWV0eV9nZW5lcmFsLzk1NzA2Ny5odG1s0gEA?oc=5

CBMiPmh0dHA6Ly93d3cuaGFuaS5jby5rci9hcnRpL3NvY2lldHkvc29jaWV0eV9nZW5lcmFsLzk1NzA2Ny5odG1s0gEA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