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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ugust 8, 2020

국내 첫 고려인 집단 난투극, 당구장이 시작이었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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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고려인 집단 난투극, 당구장이 시작이었다 - 조선일보

입력 2020.08.08 13:00

지난 6월 김해 도심 한복판 고려인 집단패싸움
경찰 수사 통해 63명 검거하고 23명 구속시켜
보호 명목 상납 요구 두고 두 세력 다툼이 원인


◇국내 첫 고려인 집단 난투극은 어떻게 시작됐나

지난 6월13일 경남 김해 동성동 한 당구장에 고려인(주로 러시아에 사는 우리 동포) 10여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다짜고짜 당구장 측에 돈을 요구했다. 그런데 당구장 수익을 달라는 게 아니었다. 이들의 발길이 멈춘 건 당구장 안쪽에 마련된 사설 도박장이었다. 당구장을 운영중인 상대에게 이들은 도박장 수익 20%를 달라고 했다.

패거리로 돈을 요구한 고려인들의 정체는 알고보니 가칭 ‘경기 안산파’로 불리는 조직이었다.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단칼에 “싫다”고 거절했다. 조폭을 방불케하는 안산파의 요구를 단번에 거절한 수 있었던 건 이들 역시 가칭 ‘김해 동성동파’로 불리는 고려인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안산파의 근거지가 수도권이었다면 동성파는 부산·경남에서 세를 넓히고 있었다. 두 조직 사이, 전쟁의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상납 거부 갈등으로 김해 도심 한 복판서 패싸움

안산파는 한 번의 거절로 물러서지 않았다. 1차전이 있은지 일주일 후인 6월 20일, 안산파는 쇠파이프 등 흉기를 챙겨 김해 동성동으로 또 다시 속속 모여들었다. 그 수만 37명에 달했다.

동성동파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안산파가 김해로 재집결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동성동파도 싸움을 준비했다. 인근 지역 고려인까지 불러 모았다. 야구방망이와 골프채 등 흉기도 나눠가졌다. 동성동파도 27명이나 모였다. 2차전에선 동성동파가 먼저 움직였다. 당구장으로 오는 길목 주차장에 모여있는 안산파를 본 순간, 차량 7대를 순식간에 움직여 안산파 주변을 둘러쌌다. 안산파도 대항하면서 서로 뒤엉켰다.

지난 6월 김해에서 발생한 고려인 집단 난투극을 조기에 진압하는데 역할을 한 김남철 경사. /연합뉴스
지난 6월 김해에서 발생한 고려인 집단 난투극을 조기에 진압하는데 역할을 한 김남철 경사. /연합뉴스

◇흉기 든 60여명 패싸움 ‘투캅스’가 막아

다행히 집단 난투극은 2분여 만에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한 채 끝이 났다. 인근에서 아동 실종신고를 처리하고 돌아오던 김해 중앙지구대 소속 김남철 경사가 외국인 여럿이 몰려있자 수상함을 느끼고 현장을 찾으면서다.

당시 싸움이 벌어진 곳은 김해시청이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이었다. 흉기까지 든 이들의 난투극이 커질 경우 자칫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었다.

김 경사는 평소 외국인 왕래가 잦은 곳이었지만, 쇠파이프 등을 든 모습이 예사 상황이 아니라고 직감했다. 김 경사는 “초기 대응을 못하면 시민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 용기를 냈다”고 했다.

경찰복을 입은 김 경사와 동료 순경이 등장하자 흥분해 싸움을 벌이던 이들 일부가 흉기를 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을 경우 본국으로 추방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김 경사와 함께 출동한 형사들 덕에 난투극 소동은 끝이 났다. 잠깐의 싸움이었지만 안산파 소속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국적의 고려인 2명이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경찰, 합동수사팀 꾸려 63명 붙잡아 23명 구속해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체류 외국인 간 세력다툼을 의심했다. 이현순 경남경찰청 강력계장은 “두 갈래로 싸움을 벌인 이들의 주거지가 전국 각지였다”며 “CCTV에서 흉기를 들고 사전에 모여 범행을 모의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찍혔다”고 말했다. 앞서 고려인들은 “시비 문제로 우발적으로 다퉜다”고 진술했으나, 신빙성이 떨어지는 대목이었다.

김해중부경찰서장과 경남경찰청 형사과장을 중심으로 광역수사대 등 16개 팀 100명으로 구성된 합동 전담수사팀이 꾸려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달아난 인원까지 모두 63명을 폭력 혐의 등으로 검거했다. 안산파 37명 중 범행을 주도한 두목급 11명이 구속됐고, 동성동파에선 26명 중 폭력에 가담하거나 주도한 12명이 구속됐다. 도주한 B파 소속 1명은 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중이다.

/일러스트=정다운
/일러스트=정다운

◇체류 외국인 범죄 조직화 우려에 경찰 수사 확대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주로 구 소련 국가인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고려인 재외동포 3세였다. 귀화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도 있었다. 러시아인 2명도 있었다. 나이는 주로 20~30대가 많았다. 많게는 64살 고려인도 있었다.

불법체류자 2명을 빼면 재외동포비자(F4)나, 방문취업비자(H2)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체류중이었다. 체류기간은 보통 1~2년 정도였다. 대부분 주중엔 농장이나, 공장 등에서 일하던 평범한 근로자 같았다. 하지만 주말엔 조직폭력배처럼 돌변했다. 동포의 임금을 뜯어내고, 업소를 찾아 보호비를 받아 챙겼다. 고려인 등이 찾는 당구장 한켠에서 바카라 등을 할 수 있는 사설도박장을 마련해 판돈의 일부를 받아 챙기기도 했다. 급기야 서로 세를 넓히려던 이들은 칼과 야구방망이를 들고 서로를 공격하기 이르렀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 형태는 아니라도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 간 조직성 단체를 구성해 집단 난투극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며 “이들이 어떤 범죄를 저지르고, 자국과 연결돼 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08-08 04:00: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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