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의협에 백기투항’ 비판에 “더 낮은 자세로” - 미디어오늘
의사들의 집단휴진 사태가 사실상 정부 양보로 타결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다행스럽다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와 의료계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코로나 확산 정국에 환자를 인질로 삼은 일부 의사집단의 이기주의에 백기투항한 밀실야합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청와대는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고 의료공공성 강화에 노력하겠다는 문 대통령 메시지로 답변을 갈음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오후 현안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정부와 의료계가 우여곡절 끝에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며 “집단 휴진이 장기화되며 국민들께서 걱정이 크셨을 텐데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환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에 의하면, 문 대통령은 “오늘 합의에 따라 의사들이 진료현장에 복귀하게 됨으로써 의료공백 없이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되었고, 국민의 불안을 크게 덜 수 있게 되었다”며 “이제는 정부와 의료계가 코로나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하는데 힘을 모아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지금까지 의사들의 헌신과 노고가 있었기에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며 K-방역이 성공할 수 있었다”며 “최일선에서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사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거듭 전한다”고 했다. 최근 의사-간호사 편가르기 비난을 의식한 의사 달래기용발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의사들에게 “코로나의 중대고비를 맞이한 현시점에서도 큰 역할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정부도 총력 대응 체제로 코로나 극복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코로나가 안정화되면 합의에 따라 의정협의체가 성과 있게 운영되길 바란다”며 “우리 보건의료 체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국회와도 협력하며 지혜를 모아 나가길 기대한다”며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현재의 진통이 더 나은 미래로 가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며 의료 격차 해소 등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현안브리핑에서 ‘참여연대를 비롯한 175개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의 백기투항, 공공의료개혁 포기선언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문 대통령) 메시지 안에 그 전체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며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봐달라”고 했다.
‘간호사 격려 메시지로 코로나 국면에서 함께 고생한 의사들과 간호사들을 좀 이렇게 편가르기 하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에 입장을 설명해달라는 기자 질의에 이 관계자는 “간호사분들에 대한 SNS 메시지는 감사와 위로의 메시지였을 뿐”이라며 “의료진을 나누려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대통령의 진정성을 너무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은 어렵게 갈등이 봉합된 날”이라며 “언론인도 이 점을 잘 감안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은 의사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며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에 감사 메시지는 대통령이 이미 수차례 발신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금 방침 관련 당정청 조율이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추석 전에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지급이 가능하려면 지금 현재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며 “구체적인 지급 대상자와 규모에 대해 조만간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그는 “오는 일요일 고위 당․정․청에서 그 윤곽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그때까지 조율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참여연대등 175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4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이날 오전 공공의료 개혁 조치 원점 재논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와 의협의 합의안을 두고 “정부여당과 의협이 사실상 공공의료 개혁 포기를 선언했다”며 “정부와 여당이 의사들의 환자 인질극에 결국 뒷걸음질쳤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민의 안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의료인력 확대와 공공의료 개혁이 어느 때보다도 절박한 상황에서 공공의료 개혁을 한발자국도 진전시키지 못한 채 백기투항에 가까운 합의를 해버린 정부여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단체를 두고 이들은 “감염병 위기 극복에 전 사회가 희생과 인내를 하는 상황에서 의사 단체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내려놓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집단휴진이라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도 모자라,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의료 공공성 확대의 발목을 잡고 개혁 논의를 좌초시켰다”며 “의협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공공의료 정책을 논의하면서 정작 시민을 배제하고 이익단체인 의사 단체의 요구대로 공공의료를 포기한 선언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사립의대-민간 중심의 의료시스템이 현재 엘리트주의와 피해의식에 물든 의사들을 양산해 냈다”며 “정부가 그동안 의료서비스를 민간에게 맡겨 오늘날 코로나위기에도 당당히 파업을 하고 어떤 협상안을 들이대도 파기하며 반정부투쟁을 공언하는 의사집단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수가인상으로 의사들의 호주머니만 부풀리는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도 “의협-여당, 의협-정부간의 공공의료 확충 정책을 대상으로 한 합의는 ‘밀실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도 “의약분업 당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밀실야합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0-09-04 09:13:3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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