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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등교 코앞인데…학교와 거리두고 싶은 아이들 - 한겨레
‘백 투 스쿨 블루’ 대책 시급등교확대 ‘매우 부정적’ 19%
원격수업 길어진 채 학년 바뀌며
학업·친구관계에 불안감 호소
“도태된 것 같아” 정신과 찾기까지
“교육부의 전문의 상담 대책은 너무 협소”
서울 시내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연합뉴스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 2학년 ㄱ군은 2학기부터 시행되는 전면등교를 앞두고 부쩍 불안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ㄱ군은 지난해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등교한 날짜가 평상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함께 고등학생이 된 친구들과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한 데다 원격수업으로는 수업에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학업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자신감도 점점 떨어졌는데, 올 1학기부터 조금씩 등교 일수가 늘면서 불안함은 더 커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한 학기가 지나면 수능 준비를 해야 하는 고3이 되지만, ㄱ군은 ‘해둔 것도 별로 없는 것 같고 도태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ㄱ군은 부모와 함께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우울과 불안을 떨쳐보기로 한 상태다.
인천의 한 직업계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입학하고 한 번도 매일 등교를 해보지 않은 2학년 학생들이 전면등교를 앞두고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직업계고 특성상 실습수업을 하면 학생들의 실력 차가 곧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이를 견디지 못하는 학생도 나타났다. 일부 학생들은 ‘학업중단숙려제’ 선택까지 고민하고 있다. 이는 학업 중단 위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최소 2주에서 최대 7주까지 숙려 기회를 부여하고 상담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 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힘들다고 호소하면 담임 교사가 들어주고 상담 선생님한테 가게 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인데, 2학기가 다가올수록 이런 학생들이 더 늘어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2학기부터 초·중·고 각급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전면등교 실시 방침을 밝히면서 학교 현장이 1년반 만에 일상을 어느 정도 회복할 예정이지만, 어느덧 학교에 가지 않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일부 학생들이 나타내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에 매일 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백 투 스쿨 블루’(Back to School Blu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입학 뒤 학교 적응 못한 초중고 2학년들이 제일 심각
백 투 스쿨 블루 현상이 나타나는 건 비단 고등학교만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 3월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등교를 거의 하지 못한 각급 학교 2학년들에게 이런 현상은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에 사는 한 초등학교 2학년 학부모 김아무개(39)씨는 “아이가 1학년 입학 때부터 원격수업과 등교를 병행하다 보니 ‘학교 안 가도 원격수업 들으면 되는데’라는 인식이 생겨버렸다. 학교에 안 가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그는 “수업시간에 모둠 활동도 안 하고 매일 마스크를 쓴 채 접촉이 적다 보니 친구도 줄었는데, 우리 아이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지 않더라. 이게 정상인 줄 안다”고 말했다.
관계 부재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벼운 다툼이 학교 폭력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있다. 권용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은 1학년 때 친구들을 사귀고 학업이 진행되면서 기본적인 발달을 하는 게 중요한데, 이게 진행이 안 되다가 뒤늦게 문제가 불거져 상담을 오는 경우가 있었다”며 “중학생들은 친구들과의 소소한 갈등 같은 걸 풀어가는 게 중요한 시기인데,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다 보니 가벼운 다툼이 학교 폭력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생겼다”고 말했다. 황준원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정신건강의학)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는 대인관계 문제에 대해 성인보다 훨씬 예민하다”며 “친구 그룹 등에서 소외되는 등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학생들에게 학교는 내가 위협받고 주눅 드는 공간인데, 다시 학교에 나가게 되면 생각과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가 올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매일 등교 긍정 학부모 78%인데, 학생은 50% 밑돌아
교육부가 이달 초 진행한 등교 확대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에 ‘긍정적’으로 답한 학생들의 비율이 49.7%로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학부모의 ‘긍정’ 답변이 77.7%였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등교 확대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고 보는 학생도 18.9%나 됐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0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등교를 하지 못한 지난해 청소년들의 우울감 경험률이 2019년에 견줘 되레 3.0%포인트 감소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교육부도 전면등교와 관련해 학생들의 ‘심리 방역’ 차원의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지난 20일 ‘2학기 전면등교를 위한 단계적 이행방안’을 발표하며 코로나 우울증에 대비해 확진을 받았거나 완치된 학생에게 정신건강 전문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예고했다. 또한 정신건강 위험군 학생에겐 300만원씩 병원 치료비를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학생들의 일상적인 심리적 어려움을 돌보기보다 이례적인 ‘위험군’ 환자의 발견과 치료에 치중하는 것이 가깝다. 서완석 영남대 의료원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상담인력 확보 등도 유의미하긴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코로나19로 잃은 친밀감을 높일 방법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초등학교 저학년에는 상호작용이 있는 놀이문화 등을 통해서 협상과 문제 해결, 타인을 위해 기다려주는 연습 등을 하게 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등에는 코로나19로 거의 사라진 학부모와 교사 상담을 가급적 의무화해서 학생의 문제를 학교는 학교에서만, 가정은 가정에서만 보는 단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2021-06-23 10:30:31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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