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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가 주목한 신산업 3가지
음식·우주·건강관리 등 성장 산업 조명
헬스케어 분야는 올해 혁신상 수상 1위
6일(현지시각) ‘CES 2022’ 센트럴 플라자에 마련된 비욘드허니컴 부스 앞에 관람객들이 줄 서 있다.
네모난 종이 상자 안에 까만 면과 닭요리가 담겨있다.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야외 광장에서 기자가 시식한 이 음식은 한국 신생기업(스타트업) 비욘드허니컴이 만든 ‘짜파구리 치킨 스테이크’다. 매콤한 면 위의 연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닭다리살 맛이 인상적이다. 이 닭요리는 비욘드허니컴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이용해 한식 전문가 김민지 셰프의 손맛을 재현한 것이다. 인공지능이 센서를 통해 김 셰프의 요리법을 본 뒤 자체 학습(머신러닝)을 거쳐 그가 조리한 것과 똑같은 음식을 로봇이 만들어냈다. 정현기 비욘드허니컴 대표는 “유명 셰프가 만든 요리의 구운 정도와 육즙, 감칠맛 등을 분자 단위로 정밀하게 분석하고 모방해 인기 메뉴를 셰프 없이도 언제 어디서든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날 낮 비욘드허니컴이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시이에스(CES)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야외 전시장에 차린 부스 시식 행사엔 늘 20여명이 줄을 섰다.
비욘드허니컴이 조리한 ‘짜파구리 치킨 스테이크’
올해 시이에스에선 비욘드허니컴이 선보인 것과 같은 음식 기술(푸드 테크), 우주 기술(스페이스 테크), 3차원(3D) 프린팅 등 3가지가 공식 전시 분야로 새롭게 추가됐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산업으로 꼽혔다는 뜻이다. 비욘드허니컴 전시 부스 앞쪽엔 미국 시에라 스페이스가 우주 왕복선 ‘드림 체이서’ 모형을 설치한 대형 전시장을 마련했다. 시에라 스페이스는 육지와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있는 지구 저궤도(고도 400㎞ 내외)를 오가며 사람과 화물을 운반하는 용도로 이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드림 체이서를 우주로 발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등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우주 개발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6일 ‘CES 2022’ 센트럴 플라자에 마련한 시에라 스페이스 부스 안에 우주 왕복선이 전시돼 있다.
이날 시에라 전시장엔 한국의 한화와 독일 자동차 회사 베엠베(BMW) 등 미래 신산업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기업 경영진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이에스를 주최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스위스은행 유비에스(UBS) 자료를 인용해, 우주 경제 규모가 2019년 3400억달러에서 수십 년 안에 1조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그테크’(Ag-Tech·농업과 기술의 합성어)도 주목받았다.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한 식량 자원 부족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다. 국내 스타트업 엔씽(N.THING)은 2020년 시이에스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도 지속 가능성 분야 혁신상을 받았다. 이 회사는 사물인터넷(IoT)을 바탕으로 어떤 환경에서도 같은 품질의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실내 모듈식 수직 농장’ 기술을 선보였다. 10평 남짓한 컨테이너 모양의 스마트 농장에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를 적용해 습도·온도 등을 원격으로 조절하며 작물을 기르는 방식이다. 수해와 가뭄 등 기상 조건에 따라 매년 수확량과 품질이 들쭉날쭉한 농업의 문제를 기술로 극복한다는 것이다. 박창준 엔씽 글로벌사업팀장은 “인터넷과 물, 전기만 있다면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 등 세계 어느 곳에서도 경기도 용인에서 키운 것과 똑같은 품질의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며 “화성에서도 농사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회사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엔씽의 컨테이너 농장 1개 동에서 수확할 수 있는 잎채소는 연간 4t 가량으로, 노지 재배 때보다 최소 40배 정도 많다고 한다.
6일 ‘CES 2022’ 전시장 입구 벽면에 헬스케어 기업 애벗의 홍보물이 붙어있다.
헬스케어(건강 관리)를 향한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건강 진단, 원격 의료 등의 필요성이 커져서다. 이날 미국 애벗의 로버트 포드 최고경영자는 헬스케어 기업 최초로 시이에스 기조연설을 했다. 헬스케어 업종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포드 최고경영자는 연설에서 사람의 혈당, 젖산, 알코올 수치 등을 측정하는 웨어러블(착용형) 센서 ‘링고’를 출시하겠다고 했다. 몸에 붙인 작은 전자기기를 통해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진단 및 관리까지 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올해 시이에스의 전체 혁신상 수상작 420건 중 헬스케어가 59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3건에서 16건 늘었다. 헬스케어 외에 지난해보다 수상 건수가 5건 이상 늘어난 분야는 차량 지능 및 운송, 똑똑한 도시(스마트 시티), 가상·증강 현실, 로봇 공학(로보틱스), 드론과 무인 시스템 등이다. 라스베이거스/글·사진 박종오 선담은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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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07, 2022 at 12:58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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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넘보는 인공지능, 유명 셰프 손맛까지 '보고 배웠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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