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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February 20, 2022

"공유 주방은 되지만 미용실은 안돼"...이상한 규제 샌드박스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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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20일 서울 마포구 라이언스타일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가 고객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와 페이스필름을 씌우고 커트를 하고 있다. 2020.3.20/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20일 서울 마포구 라이언스타일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가 고객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와 페이스필름을 씌우고 커트를 하고 있다. 2020.3.20/뉴스1
#미용사 A씨는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공유미용실 사업을 하기 위해 정부에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신청했다. 사업에 대한 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던 A씨와 동료들은 '불허'를 통보받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공유미용실 사업 허가를 받고 영업을 시작한 곳들이 적지 않아서다. 보건복지부 측은 "이미 많은 곳을 허용했고 실증특례가 진행 중이라 신청을 더 이상 받지 않는다"고 거절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2019년 1월17일, 규제의 벽 때문에 시작조차 하지 못했던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632건의 사업이 규제 샌드박스로 승인받았고, 서비스가 개시된 사업도 361건에 달한다. 그러나 아쉬움도 없지 않다. 민관이 손잡고 이뤄낸 혁신이 규제 완화를 통해 널리 확산되지 못하고 말 그대로 '모래 상자(샌드박스)' 안에만 머물다 끝나는 일이 잦다는 점에서다.

20일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받은 사업 632건 가운데 관련 법령이 개정된 사업은 129건으로 집계됐다. 약 20% 규모다. 5가지 사업 가운데 하나는 규제 샌드박스에 머물지 않고 전국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문제는 규제가 풀리지 않는 경우다. 법령이 개정되지 않은 채 규제 샌드박스가 종료되면 이들은 그동안 하던 사업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규제 샌드박스에 참여한 기업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가 정당한 이유 때문에 결국 규제를 풀지 않기로 결정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부처 간 비협조 등 행정의 비효율 문제로 규제 완화가 무산된다면 다른 문제다.

"공유 주방은 되지만 미용실은 안돼"...이상한 규제 샌드박스

규제 샌드박스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규제 때문에 시작하지 못했던 사업에 대해 관련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주는 제도다. 아이들이 모래 상자 안에서 노는 것처럼 안전과 자유를 보장해준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국무조정실이 총괄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이 각각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공유미용실이 좋은 예다. 공유경제 모델 가운데 하나인 공유미용실은 한 미용실을 활용해 여러 사업자가 각각 영업을 하는 것이다. 현재 로위 등 기업들이 진출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추가 허가는 나지 않고 있다. 이미 법제화가 완료돼 전국 어디서든 영업이 가능한 공유주방과 비슷한 모델인데도 공유미용실은 유독 신규 진출의 길이 막혀 있는 셈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도입하고 있는 '차량무선 업데이트(OTA)'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차량무선 업데이트 서비스란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정비소에 가지 않고도 어디서나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현대자동차와 볼보자동차코리아 등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임시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해당 서비스 운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신청한 기업에 대해서만 차량무선 업데이트 서비스가 허용되고, 그 외 기업은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020년 5월1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샌드박스 지원센터 출범식’ 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020년 5월1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샌드박스 지원센터 출범식’ 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임시허가를 받은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서비스 업체들은 특히 불안하다.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상황이 종료되면 의료계의 반발이 다시 거세져 사업이 종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후속조치에 실망하고 한국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기업도 있다.(관련기사 ☞[단독]"바보같이 정부 믿은 내 잘못" 文정권 규제샌드박스 1호, 한국 떠난다) 실증특례 1호 기업으로 선정된 뉴코애드윈드는 오토바이 배달통에 광고판을 설치하는 '디디박스' 사업을 2020년 2월부터 시작했으나 지역·대수 제한이 풀리지 않아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뉴코애드윈드는 최근 사업이 허용된 UAE(아랍에미리트)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후속조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규제혁신을 목적으로 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철호 청주대 법학과 교수는 '규제개혁을 위한 규제샌드박스 제도연구' 보고서에서 "핵심은 '선규제-후시행'의 기존 규제체계를 '선시행-후규제'로 바꾸는 것"이라며 "규제 샌드박스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담당 기관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7개 협회·단체가 참여한 디지털경제연합은 최근 대선후보 공약 제안서에서 "부총리급 정부부처인 디지털 경제부를 신설하고 규제 권한을 두고 여러 부처가 겪는 고질적 싸움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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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 2022 at 02: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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